회사 대표는 항상 바쁘다.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 많은 무게를 견뎌내려면,
가끔 힐링이 필요하다.
이럴 때,
나에게 가장 큰 힐링이자 위안은
'골목길 산책'이다.
나는 업무시간 중에 잠시 틈이 생기면,
혼자만의 산책을 즐긴다.
사무실로 나와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나는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좋아한다.
왠지 그 작은 공간이 주는 친근함과 포근함이 좋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예쁜 수채화 그림들을 보는 듯하다
골목길을 돌아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때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좁은 골목길에서 50년도
더 되어 보이는 오래된 집을 만났다.
내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유심히 바라본다.
오래되어 낡은
철 대문과 담장의 모습이 정겹다.
철대문 오른쪽 기둥에는
나무로 만든 문패가 있다.
참 오랜만에 보는 문패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대문에 문패가 걸려 있었다.
성을 보니 나와 같은 '이"씨다.
"이분은 이 집을 사서 문패를 걸때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해 본다.
낡고 오래된 이 집은 긴 세월을
여기서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오래된 세월의 흔적 하나하나가
정겹고 사랑스럽다.
길을 걷다가 하얀색과 오렌지색이 섞인
예쁜 길고양이를 만났다.
이 길고양이는 도심의 아스팔트에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겠지.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 속에서
그들은 그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요즘같이 추운 날 한쪽 구석에서
햇볕을 받고 몸을 한껏 움츠리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참 안쓰럽다.
이렇게 추운 날 잠은 어디서 잘까?
먹을 것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겨울에 새끼가 태어나면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고양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아무튼 올겨울 무사히 보내고
따뜻한 봄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길을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도시에 살면서 고개를 들어
편안하게 하늘을 보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될까?
도심 길거리에 멈춰 서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이 골목길 안쪽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작은 골목길에서 고개를 들어
마음껏 하늘을 천천히 음미하며 바라본다.
하늘의 구름을 보며 저 구름은
어떤 것을 닮았는지 억지로 끼워 맞춰본다.
어렸을 적,
엄마랑 하늘을 보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저 구름은 말을 닮았어"
"그래. 정말 말 같구나"
"엄마. 저 구름은 강아지 같아"
"그래. 정말 그러네"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구름을 찾아본다.
어린 시절에 가졌던 감각을 잃어서인지
구름을 보며 비슷한 동물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하늘이 아닌 땅을 보며 천천히 걷는다.
보도블록 틈새 사이로 초록색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름 모를 잡초가
아주 작은 틈새로 삐져나와있다.
이 추운 겨울,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자랄 수 있었을까?
경이롭다.
한편으로는 그 잡초가 참 안쓰럽다.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딜지,
눈이 오면 더 추울 텐데.
내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잡초의 잎을 만져본다.
그리고 내 체온을 전해준다.
내년 봄까지 잘 견뎌주길 응원하면서.
잡초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8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지팡이를 의지하고 천천히 내 옆을 지나가신다.
지금은 나이 들어 초라해 보이는
저 할머니도 한때는 젊었으리라.
한껏 멋도 내고, 사랑도 하고,
일도 하며 활기차게 살았으리라.
지금 할머니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나와 같이 골목길을 산책하는 게 행복일까?
골목길을 돌아서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애처롭다.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게
이 골목길에 남아주시길 바래본다.
이 좁은 골목길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고 평화롭다.
시간이 천천히 간다.
생각도 천천히 간다.
마음도 천천히 간다.
행동도 천천히 간다.
골목길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면
힐링이 된다.
나는 이렇게 생경한 골목길을 찾아서
잠깐의 산책을 즐긴다.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나는 자유인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문서 더미에 쌓여 있다가
골목길에서 만난 사소한 만남이
지친 영혼을 해방시킨다.
나의 골목길 산책은 행복이다.
힐링이다.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일은 어떤 골목길을 찾아가 볼까?"
설레고 기대된다.
그곳, 그 공간,
그 시간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그 만남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전해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골목길'은 나에게 설렘이고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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