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단풍이 정말 예쁘게 물들었네."
아파트 뒤쪽의 산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뒷산은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를 입은 듯,
예쁘게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연은 봄에 녹색의 푸르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생기가 느껴지는,
대지의 기운이 느껴지는 봄이다.
나무는 봄비를 맞으며 싱그럽게 살아난다.
여름에는 꽃을 피우며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고,
가을을 맞이한다.
가을이 되면 자연은
젊은 생기보다는 중년의
완숙한 미를 보여준다.
자연은 그렇게 겨울이 오기 전
자신의 화려함을 맘껏 뽐낸다.
며칠 전, 가을을 보내는 것이 아쉬운 지
찬바람과 함께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비가 그치고 단풍의 예쁜 빛깔은
색을 잃고 갈색으로 변해간다.
봄에 온 비와 바람은 생명을 피웠지만
늦가을 비와 바람은 나뭇잎의 생명을 거두어간다.
그렇게 나뭇잎은 나뭇가지에서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져 낙엽이 된다.
단풍으로 물든 예쁜 나무가
이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나무는 내년 봄을 기다리면서
혹독한 겨울을 꿋꿋하게 견뎌낼 것이다.
봄의 환생을 기다리면서
그 사이에 나무는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눈과 바람을 견뎌내고 나이테를 남긴다.
나이테로 인해 강한 비바람에도
부러지지 않은 더욱 강해진 나무가 된다.
그리고 돌아오는 봄에 더 풍성하고
화려한 나뭇잎을 보여줄 것이다.
신경림 시인의 '나무'라는 시는
삶의 깨달음을 주었다.
당신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보라.
[ 나무 -- 신경림 ]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우리 인간은 그저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대자연의 법칙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무처럼 살아가면 어떨까.
살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려면,
우리에게도 나이테가 필요하다.
힘들지만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며 만든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만의 나이테가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고 성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한겨울 봄의 생명을 담은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무를 보고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봄에 더 화려하게 싱싱한 잎으로
다시 부활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뭇잎이 낙엽이 될 때
나무는 더 단단해질 준비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만의 겨울을 만난다.
그 겨울이 견뎌내는 과정은 참으로 힘들다.
혹독하다.
그러나 그 겨울은 지나간다.
반드시.
그 겨울을 견디어 낸 자는,
더 화려한 자신만의 봄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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