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병"
"이병. 이. 의. 상."
"너 참~ 안됐다. 불쌍해서 어쩌냐. 쯧쯧.."
운전병은 나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아? 5소대에 김 상병 있는데,
아주 악명 높기로 소문이 났어.
너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 거야"
나는 소대 배치를 받고,
이동하는 군용차 안에 있었다.
운전병의 말을 그때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는
단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소대에 배치받고 김 상병은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군기를 잡았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경례 자세가 단 0.1cm 틀려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어서 극한의 얼차려가 이어졌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구타도 이어졌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갔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 지옥이겠지"
당시에 나는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탈영하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을 뜨는 게 두려웠다.
지옥 같은 하루가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 와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옥과 같은
군 생활을 견디어 같다.
1987년 12월. 영하 13도.
그날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겨울 눈 폭풍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귀에서는 "휭~ 휭~"
칼바람 소리가 고막을 쳤다.
세찬 칼 바람과 함께 싸리 눈이
얼굴에 부딪칠 때 추위보다
통증이 먼저 느껴졌다.
15kg가 넘는 완전 군장을 하고 있었다.
발목까지 쌓인 눈길은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힘겨웠다.
호흡이 턱밑까지 차고 올라왔다.
소대원 10명은 부식을 받기 위해서
3킬로가 넘는 GOP 철책으로 걸어갔다.
30분여를 걸어서 부식 배급차 앞에 겨우 도착했다.
눈 때문에 부식을 실은 트럭이
올라갈 수 없었다.
소대원이 직접 일주일 치 식량을
직접 들어서 날라야 했다.
그중 가장 무거운 부식은 쌀이었다.
소대원이 한 주간 먹어야 할
40kg 쌀 포대였다.
"이 이병. 일로 와봐"
악명 높은 김 상병이 나를 불렸다.
"이병. 이. 의. 상. "
나는 소리칠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외쳤다.
소리의 크기가 김 상병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군화발과
주먹이 날라왔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부를 때마다
나의 모든 세포는 놀라서 경직되었다.
"네가 소대까지
이 쌀을 지고 간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할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내 몸무게 63kg였다.
짊어지어야 할 쌀 포대의 무게는 40kg였다.
착용한 완전 군장과 방탄조끼와
소총의 무게만 해도 15kg가 넘었다.
몸무게 63kg인 내가 55kg의 짐을 들어야 했다.
가야 할 길은 약 3킬로.
그것도 눈이 발목까지 쌓인 길을 가야 했다.
눈보라가 세차가 불어서
맨몸으로 중심을 잡고 서있기가 힘들었다.
더 힘든 건,
올 때는 내리막길이었지만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었다.
부식 차에 쌀을 옮길 지게가 있었다.
"이 이병. 지게에 쌀 포대를 매라"
"넵. 알겠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게를 어깨에 메고 무릎을 꿇었다.
김 상병은 지게에 쌀 포대를 얹었다.
그런데 그가 올린 건
쌀 포대 만이 아니었다.
어림잡아도 30킬로가 넘는
무가 가득 담긴 포대까지 얹었다.
내가 짊어지어야 할 무게는
내 군장까지 포함하면 거의 90Kg가 넘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마음뿐 몸은 그대로였다.
아무리 힘을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김 상병의 살기 가득한 말이 들렸다.
"너. 이 새끼. 빠져가지고..
그것도 못 드나. 죽고 싶나"
그의 말은 엄포가 아니었다.
정말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놈이었다.
김 상병은 나를 죽일 듯이
한걸음 한걸음 다가와 섰다.
호랑이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걸어오는 듯한 공포감이 느껴졌다.
"지금부터 셋 셀 동안 일어서지 못하면,
넌 오늘 나한테 죽는다"
'하나... , 둘..~~ '
나는 모든 힘을 다리에 집중했다.
세포 하나하나에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이~ 얍~~"
나는 큰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그때 나도 놀랐지만,
김 상병의 놀란 눈을 아직도 기억한다.
김 상병은 당연히 못 들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극한의 정신력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체험을 한 그날을.
그때 경험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내 몸으로 체험했다.
내게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뽑으라면
그중 하나는
'아이 엠 솔져(I am soldier)'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영국군 특수부대인 SAS에 지원한다.
특수부대원이 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훈련이 진행되면서 수많은 지원자들이
포기하고 탈락해간다.
내가 잊을 수 없는 영화의 장면이 있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점에 온 주인공에게
교관이 말하는 장면이다.
"얼마큼의 고통을 견딜지는
자신이 결정한다."
"몸은 만신창이가 될 거다.
하지만 모든 건 자신에게 달렸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수십 번을 되돌려 보았다.
나에게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나요?
그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포기는 타인이 아닌,
세상이 아닌, 오직 나만 결정할 수 있어요.
무언가를 절실히 원한다면
조금만 더 견디고 한계를 극복해 보세요.
성과가 분명히 나타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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