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2학년 첫 학기. 첫 국어시간이었다.

국어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단아하게 미소 띤 환한 얼굴이 참 고왔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내 귀를 호강시켜 주었다.

선생님은 수업 시작 전에 항상

소설책을 읽어 주셨다.

교실 안은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마치 영화를 보듯 선생님이 읽어주는

소설은 나를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당시 읽어주셨던 소설들은

남녀 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 얘기였다.

청춘 남녀의 간절하고 애틋한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다.

"자~ 이제 국어책 펴라"

"선생님, 5분만 더 읽어주세요"

"다음 시간에 계속 읽어줄게, 책 펴라~"

책을 읽어주시는 시간은 딱 10분이었다.

10분이 지나면 수업을 시작하셨다.

아이들은 큰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폈다.

매일 국어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국어선생님과 짝사랑에 빠져갔다.

국어시간을 기다린 건 나뿐만은 아니었다.

반 친구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선생님을 기다렸다.

심지어 반에서 거칠게 노는 애들도

이 시간만은 순한 양 같았다.

한참 사춘기 시절,

남녀 간의 사랑은 판타지였다.

선생님은 감정을 넣어

구전동화 읽듯이 생생하게 읽어주셨다.

우리는 웃다, 울다, 행복했다.

화가 났다 수많은 감정이 요동쳤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교과서 꺼내"

"선생님,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안돼. 이제 수업하자"

나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 속을 여행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우리 반에 뒷자리에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어 선생님이 읽어주는 소설책을

들으면서 그들도 점차 순화되어갔다.

그렇게 소설책 한 권, 두 권, 세 권의

책 읽기가 끝나갈 즈음

우리 반의 아이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서로를 더 생각하고,

더 배려 하고, 사랑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책은

우리 반 아이들을 순한 양으로 만드는

기적을 만들었다.

지금 세상은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난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극적이어야 이목을 끌 수 있다.

그래야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사람들은 점점 난폭하고 폭력적으로 되어간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물이다.

내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내 미래가 결정된다.

양서의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책에는 나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에게 착하게, 성실하게,

배려하고, 사랑하고 살라고 한다.

그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는 점차 책의 내용대로 변화되어 간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이자

코넬대 석좌교수인 로버트 H. 프랭크는

자신의 저서 '행동의 전염'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회적 환경과 주변 사람이

개인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이 흡연을 하게 될지 말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표는 무엇일까?

담배 피우는 친한 친구의 수가

몇이나 되느냐다.

즉 사람은 주변의 사람과 환경에 따라

자신의 삶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든 성인이든 내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가 나를 결정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다.

매일 학교에 가야 하고, 직장에 출근하고,

거친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어가야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내 자유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책'이다.

좋은 양서는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

내 의지로 고른 좋은 책은,

내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안내해 준다.

내 '행동'을 결정하는 건,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을 결정하는 건, 내 주위의 '환경'이다.

환경들 중에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오늘 내 마음을 따뜻하게, 평온하게,

행복하게 해줄 책 한 권을 읽어보자.

그 책이 당신을 원하는 세상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좋은 책은 내 인생에

행복을 가져오는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