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올해 60살이 되신
여성분이 방문하셨다.
현재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경기도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편과 여성분은 모두 공무원으로
30년을 넘게 근무했었다.
두 분 다 퇴직해서
공무원 연금이 400만 원이 넘었다.
"이 정도 연금이면 두 분 생활하기에
충분한데, 왜 서울을 떠나려고 하시죠?"
"남편과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고 싶어서요"
올해 67살 되신 남편은
3년 전부터 치매가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잊혀 간다고 했다.
둘이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데,
남편이 기억하지 못할 때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둘만의
행복한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남편의 고향인 파주로 이사할 계획이다.
"파주 전원주택을 가봤는데,
주변에 호수도 있고, 산도 있고,
들판, 둘레길, 텃밭도 있어요.
우리 둘이 꿈꾸던 환경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그녀는 두툼하고 낡은 노트를 보여주셨다.
세 달 전부터 쓰기 시작한
남편과의 '추억 노트'라고 했다.
"왜 추억 노트라고 이름 지었어요?"
"남편이랑 저와의
행복한 추억을 기록하는 노트라서요"
추억 노트 내용 중 하나를
동의를 얻어서 공개한다.
< 2020/9/15. 날씨 맑음. 기분 최고 >
오늘은 남편과 함께
뒷산 오솔길을 산책했다.
새소리가 들렸다.
"여보 새소리 들려요. 참 예쁘죠"
"자기 목소리가 더 예뻐요"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나를 더 아껴준다.
오솔길을 따라 좀 더 걸어갔다.
새 소리, 계곡물 소리, 나뭇잎 소리가
바람과 함께 내 귀로 들어왔다.
밤나무 아래 밤송이가 제법 떨어져 있었다.
남편이 나무 꼬챙이를 구해서 가시 밤송이를 벌렸다.
나는 벌려진 틈으로 손을 넣어 밤을 꺼냈다.
"앗 따가워~~"
"여보 위험해요. 내가 할게요"
오늘 하루 사랑하는 남편과
하나의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두 분이 함게 찍은 사진이 두 장 있었다.
한 장은
두 분이 얼굴을 맞대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
또 한 장은
남편께서 밤송이에서 밤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진
그녀는 말했다.
"남편과 아름다운 추억이
영원히 기억되길 원해요
남편이 나중에 우리의 추억을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요
그래서 이렇게
사진으로 글로 남겨두는 거예요
혹시나 남편이 기억을 못 하는 상황이 와도
사진 일기장을 보고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요"
상담이 끝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성분의 얘기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잊히지 않도록 추억 노트에 남겨갈 거예요"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셨다.
추억은 아름다운 감정의 기억이다.
그때 그곳에서 어떤 마음,
어떤 기분이었는지에 대한 감정.
그 기분과 감정을
함께 공유한 사람과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추억이 쌓여가는 것이다.
소중한 추억을 잊히지 않도록,
글로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다.
그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쌓여가는 추억의 양만큼 더 행복하겠지
오후에는 쇼핑을 가야겠다.
두 가지를 사려고 한다.
추억을 기록하는 노트와 사진을
바로 뽑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아름다운 삶을 기억들을 기록하고 싶다.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추억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다.
내 소중한 감정들을 잊지 않고 싶다.
그것들을 기록하고, 간간이 그 기록들을 보려 한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는
그 어떤 명작 영화보다 더 멋진 영화다.
내 삶을 기록하는 건, 짧은 인생을 세 번 사는 거다.
첫 번째 삶
내 몸으로 온전히 산다.
두 번째 삶
내 하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또 하루의 삶을 산다.
세 번째 삶
과거의 기록들을 들추어 보면서
또 한 번의 인생을 산다.
오늘 하루 당신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록들을 적어보자.
내 삶이 3배 더 풍요로워지길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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