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아~ 오늘 나랑 절에 갈 수 있니?"

"네, 어디있는 절인데요?"

"남양주에 있는 수진사라는 절이야 

예전에 친구랑 갔었는데, 다시 가보고 싶어서.."

외출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는

한껏 멋을 내셨다.

평소에는 편안한 복장을 하고 외출하신다.

그러나 절에 갈 때는 잘 차려입고 가는 게

부처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신다.

어제는 머리도 까맣게 염색하셨다.

잘 차려입은 어머니의 모습이 참 곱다 ^^

절에 도착했다. 절은 생각보다 컸다.

어머니는 먼저 대웅전을 찾으셨다.

부처님 앞에서

정성스럽게 절을 하시고 나오셨다.

어머니는 잠깐 쉬고 나서

나를 따라오라고 하셨다.

대웅전 뒤쪽으로 정상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엄마는 그 계단을 오르셨다

"엄마, 위험해요.

무릎 관절 안좋으신데 올라가지 말아요"

"아냐, 괜찮아 갈 수 있어 ~

"무리하시면 또 며칠 앓아누워요"

"나 지금 몸 가벼워, 일단 따라와봐"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어머니는 오르고 계셨다.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뒤따라 올라갔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건 큰 무리였다.

혹시나 넘어지실까 봐 가까이 붙어서 올라갔다.

6년 전에 무릎과 허리 수술을

하신 이후로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지금은 10~20분 정도 걷는 것도 힘들어하신다.

정상까지는 거의 20분 정도 걸렸다.

어머니가 이 계단을 오르는 건,

내가 지리산 정상을 오른 것보다 10배는 힘드셨을거다.

그런데 왜 이런 결심을 하실 걸까?

의문은 정상에 올라와서 금방 알 수 있었다.

정상에는 큰 돌탑이 있었다.

돌탑 뒤로는 부처님이 누워있었다.

어머니는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돌탑에서 탑돌이를 하고 싶으셨던 거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모두 이루어질 거란 믿음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

정상에 오른 어머니는

한참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시고

탑돌이를 시작했다.

탑 둘레가 제법 커서

한 바퀴 도는 거리가 꽤 길었다.

탑을 돌며 소원을 빌었다.

엄마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잘 안다.

"우리 아들 건강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들 부자 되게 해주세요"

어머니의 소원은 항상 똑같다.

"의상아~ 너도 탑돌이 하면서 소원 빌어라"

"12바퀴 돌고, 한 바퀴 돌 때마다 소원 빌어야 해"

"네 알았어요"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두 손을 합장하고 12바퀴 탑돌이를 했다

1바퀴, "어머니 건강하게 해주세요"

2바퀴, "어머니 행복하게 해주세요"

3바퀴, "어머니 즐겁게 해주세요"

4바퀴, "어머니 평화롭게 해주세요"

5바퀴, "어머니 미소 짓게 해주세요"

6바퀴, "어머니 걱정 없게 해주세요"

7바퀴, "어머니 풍요롭게 해주세요"

8바퀴, "어머니 평온하게 해주세요"

9바퀴, "어머니 기쁘게 해주세요"

10바퀴, "어머니 관절 안 아프게 해주세요"

11바퀴, "어머니 무병장수하게 해주세요"

12바퀴, "위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이제, 어머니와 정상에서 내려가야 했다.

관절이 안 좋은 어머니에게

내려가는 길은 두 배는 더 힘들었다

혹시나 가파른 계단에서

앞으로 넘어지실까 봐 앞서서 갔다.

내려가는 길에 쉬고,

또 내려가고 또 쉬고를 반복하며 내려갔다.

나에게는 5분도 안 걸릴 길이

엄마에게는 40분이 넘게 걸렸다.

엄마는 많이 지치셨다.

내려와서도 한참을 의자에 앉아 계셨다.

의자에 앉아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의상아~ 몸은 힘들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

"부처님 앞에서 탑돌이를 꼭 하고 싶었는데,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는 차 안에 잠이 드셨다.

주무시는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꿈속에서 소원이 이루어지는 걸 보신 걸까?

다음번에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절을 찾아봐야겠다.

엄마가 무리하지 않고 탑돌이를 할 수 있는 곳을..

아니, 더 이상 탑돌이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해드리고 싶다.

"어머니! 제가 더 건강하고 부자 돼서

탑돌이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