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내 얼굴만 지우고 싶었던 날
함께 찍은 사진이 도착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벌려
내 얼굴부터 들여다본다.
언제 이렇게 눈가가 내려왔지.
턱선이 왜 이렇지.
나는 사진만 찍으면 왜 늙어 보일까.
조금 전까지 즐거웠던 자리가
사진 한 장 앞에서 흐려진다.
다른 사람들은 잘 나왔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내 얼굴의 낯선 부분만 보인다.

나이 든 얼굴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다.
마음속의 나는 아직 예전 모습인데,
사진은 나보다 먼저 지나간 시간을 보여준다.
서운할 수 있다.
한동안 낯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기 싫다는 말로
나를 몰아세우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오래 간직하는 사진에는
잘 나온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눈을 감고 웃는 아버지.
손에 밀가루를 묻힌 어머니.
바람에 머리가 엉망이 된 친구.
그 얼굴들을 볼 때
우리는 주름부터 세지 않는다.
그날의 목소리와 웃음이 먼저 돌아온다.
그런데 내 사진 앞에서만
심사위원처럼 엄격해질 때가 있다.

사진을 조금 줄여서
얼굴 바깥도 바라보면 어떨까.
내 옆에 누가 있었는지.
무엇을 보며 그렇게 웃었는지.
그날 햇볕은 얼마나 좋았는지.
눈가에 줄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순간 웃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둘 중 하나만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함께한 순간까지
너무 빨리 지워버리지는 말자.
언젠가 이 사진을 다시 보는 누군가에게는
내가 싫어했던 바로 그 표정이
가장 반가운 얼굴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오래된 사진을 보며
그런 얼굴을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 찍힌 나는
오늘 여기 살아 있던 사람이다.
조금 낯설어진 얼굴에도
함께 웃었던 하루의 자리만큼은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