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다른 길을 갔더라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버스가 갈림길을 지나간다.
한쪽 길은 늘 다니던 길이고,
다른 쪽은 오래전에 가보려다 말았던 곳으로 이어진다.
창밖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 그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붙잡았다면.
그곳으로 이사를 갔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달랐을까.
조금은 더 행복했을까.

살아보지 않은 길은
이상하게 아름답게 보인다.
그 길에서 겪었을 피곤함은 모르고,
그곳에서도 있었을 다툼은 보지 못한다.
생겼을지도 모르는 좋은 일들만
마음속에서 또렷해진다.
반면 내가 걸어온 길은
흠집까지 모두 알고 있다.
잘못 꺼낸 말, 놓친 기회,
잠 못 이루던 밤까지.
모든 사정을 아는 내 삶과
좋은 장면만 상상한 다른 삶을 나란히 놓으면
내 쪽이 초라해지기 쉽다.
돌아보아야 할 선택도 있다.
아쉬움을 덮어놓고
모두 잘된 일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정답지를 들이밀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날 나는 그날만큼 알았고,
그날의 형편 안에서 결정했다.
지금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

후회 속에는 가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바람이 숨어 있다.
“그때 그림을 계속 그렸더라면.”
그 말에는 지금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때 여행을 갔더라면.”
그 말에는 아직 낯선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그 마음을 오늘 조금 돌볼 수는 있다.
화가의 삶 대신
스케치북 한 장을 펼치는 오후.
먼 나라 대신
처음 가보는 동네에 내려보는 일.
그것이 잃어버린 세월을 모두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오늘이 어제의 후회만으로
끝나지 않게 해줄 수는 있다.
지나간 갈림길을 오래 바라본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그때의 길은 지나갔지만,
오늘 당신이 걷는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