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그 사람 마음은 몰랐다
“당신은 그런 거 안 좋아하잖아.”
별생각 없이 하는 말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니
그 정도는 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는지.
웬만한 질문에는 대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 낯선 대답을 듣는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
함께 산 세월이 무색해지는 짧은 한마디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작은 것도 궁금했다.
왜 웃는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물었고,
대답을 들으면 기억해두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묻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젊을 때 한 번 거절한 음식을
지금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키우느라 미뤘던 일을
원래 관심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세월 따라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 사람의 마음만
오래전 모습에 붙잡아두었는지도 모른다.
평생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꼭 같은 것은 아니었다.

큰 대화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좋다.
저녁밥을 먹다가
작은 질문 하나를 놓아보면 어떨까.
“요즘은 뭐 할 때 제일 좋아?”
“한 번 가보고 싶은 데 있어?”
대답이 뜻밖이어도
“당신이 무슨”이라는 말은
조금 늦게 꺼냈으면 한다.
평소와 다른 마음이 나왔다면
그 마음이 앉을 자리부터 내어주자.
처음에는 별 대답이 없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누가 갑자기 물으면
내 마음을 금방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중요한 것은 질문 한 번으로
관계를 모두 바꾸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 당신이 궁금하다는 것.
당신에게도 내가 모르는 하루가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다.
익숙한 사람이
가끔 새롭게 보이는 저녁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 함께 살았어도
우리는 아직 나눌 이야기가 남아 있다.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