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도와주겠다는데, 왜 미안하다는 말부터 나올까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른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손가락이 저려온다.
잠깐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려는데
누군가 손을 내민다.
“제가 들어드릴게요.”
반갑다는 마음보다 말이 먼저 나온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정말 가벼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남의 손을 빌리는 내가
조금 작아 보일까 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는 쪽에 서 있었다.
아이의 가방을 들어주고,
식구의 밥을 챙기고,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먼저 달려갔다.
그때마다 상대를 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면
도움받는 일을 자꾸 빚처럼 생각한다.
언제 갚지, 무엇으로 보답하지.
고맙다는 말 뒤에 계산이 길어진다.
누군가를 아끼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모든 호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불편한 부탁이나 조건이 붙었다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믿을 만한 사람의 작은 손길까지
모두 돌려보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도
그 사람에게는 소중할 테니까.

예전에는 큰 상을 옮길 때
양쪽에서 하나씩 들었다.
한쪽을 맡았다고 해서
다른 쪽 사람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같이 들었기 때문에
음식이 쏟아지지 않았을 뿐이다.
사는 일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함께하면 조금 덜 힘든 순간.
오늘 누군가 손을 내민다면
괜찮다는 말을 잠깐 멈추고
내 손목의 무게부터 느껴보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말해도 된다.
“고마워요. 그럼 이쪽을 좀 부탁할게요.”
도움을 받아도
당신이 살아온 단단한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평생 내어주던 손을
오늘은 누군가가 잠깐 잡아주는 것이다.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