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 국밥집 앞, 추운 겨울날 20분째 서있다
30대 후반 사업으로 모든 걸 잃었다.
찜질방과 쪽방 생활을 거쳐
1평짜리 오래된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고시원은 영등포시장역 부근에 있었다.
건물은 4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 5층이다.
한달 입실료는 18만원이다.
고시원에서 저녁에 밥과 김치를 제공했다.
매일 저녁 밥값을 아끼려고 퇴근후
고시원에서 밥을 먹었다.
2005년 12월 추운 겨울 저녁 7시경.
그날은 유난히도 추웠다.
새벽부터 공사판에서 일을 마치고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초입에 국밥집이 있다.
국밥집 바깥에 큰 솥에 국밥이 끓고 있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간다.
구수한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국밥 한그릇에 3,500원이다.
난 국밥집에 20분째 서있었다.
"국밥 먹고싶다. 먹을까? 말까?"
"지금 나에게 국밥은 사치야.
이번달 대출 이자 낼 돈도 없는데"
"아냐 그냥 먹을까~ 어떻게 되겠지.."
이런 생각이 수없이 반복되며
20분째 서있었다.
결국 국밥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무거운 발검음으로 고시원으로 향했다.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밥과 김치로 저녁을 먹기로했다.
고시원 내부에는 조그만 공용주방이 있다.
전자제품은 오래된 냉장고 하나,
밥솥 하나가 전부다
고시원에 도착하자마자 밥통을 열어보았다
다행이 바닥에 밥이 조금 남아있었다.
늦게 들어오면 가끔 밥이 없을 때가 있었다.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반찬은
김치 딱 한가지다.
김치를 먹으려고 문을 열었다.
김치통을 열었다.
김치는 없고 바닥에 김치국물만 조금 있다.
한숨이 나왔다.
냉장고 아래칸에 보니
뚜껑도 없는 오래된 참기름 병이 있었다.
참기름병 바닥에 아주 조금 남아 있다.
순간.. 몇일전에 사둔 고추장이 생각났다.
참기름 병과 밥을 한공기 담아 내 방으로 왔다
밥에 고추장을 비볐다.
그리고 참기름 병을 거꾸로 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참기름이 안나온다.
한참 있으니 참기름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참기름을 다 빼내고 싶었다.
손으로 참기름 병을 감쌌다.
손의 체온에 안나올 것 같은
참기름이 몇방울 더 떨어졌다.
고소한 냄새가 지친 몸과 마음을 깨웠다.
한숱가락 듬뿍 떳다. 입에 넣었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그 향과 고소함을 느끼고 싶어서 천천히 먹었다.
허기를 채우기에는 밥 양이 많이 부족했다.
두번째 숟가락부터는 밥을 조금씩 떠서 천천히 먹었다.
눈물이 나왔다. 콧물도 나왔다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밥을 먹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내 마음의 큰 고통도 지친 몸을
이기지 못하는가부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2005년 당시에 빚이 많았습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했죠.
아직도 그때 국밥집 기억이 생생해요.
저녁에는 따뜻한 국밥 한그릇 먹어야겠어요.
오늘은 20분 기다리지 않을거예요
바로 먹을거예요. 제일 비싼 국밥으로요
따끈한 국밥을 돈 고민 없이
편히 먹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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