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을, 왜 식구에게만 아꼈을까
밖에서는 참 쉽게 하는 말이 있다.
“감사합니다.”
문을 잡아준 사람에게도,
거스름돈을 건네준 사람에게도
우리는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그 말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가지런히 놓인 수건.
비가 온다는 말과 함께 내민 우산.
늦게 들어올 사람을 위해 남겨둔 밥.
너무 익숙해서
누군가 한 일이라는 사실까지
잠깐 잊는다.

식탁에 앉아 국이 조금 싱거우면
그건 금방 알아챈다.
하지만 그 국을 끓이려고
장을 보고, 재료를 씻고,
불 앞에 서 있던 시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원래 저 사람이 하던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한 사람의 수고가
집 안의 배경처럼 희미해진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서운한 것은
큰 선물을 받지 못하는 일이 아닐지 모른다.
내가 한 작은 일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래 쌓이는 일.
그래서 감사는
대단한 칭찬일 필요가 없다.
“내 것까지 챙겨줘서 고마워.”
“오늘 밥 준비하느라 애썼네.”
무엇이 고마운지 짚어주는 말은
그 사람의 시간을 보았다는 뜻이 된다.

오래 함께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지면
가까운 사이도 지칠 수 있다.
처음 꺼내는 말은 쑥스럽다.
상대가 “갑자기 왜 그래?” 하고
웃을 수도 있다.
그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늘 고마웠는데
내가 말을 잘 안 했네.”
그리고 빈 그릇을 함께 치우면 된다.
말 뒤에 작은 행동 하나가 따라가면
고마움은 조금 더 또렷해진다.
혼자 사는 분이라면
오늘 나를 도와준 사람을 떠올려도 좋겠다.
잠깐 시간을 내어 전화를 받아준 사람,
무거운 짐 한쪽을 들어준 이웃.
하루를 혼자 버틴 것 같아도
돌아보면 누군가의 손길이
조용히 닿아 있는 때가 있다.
오늘은 그 손길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가까운 사이라서 아끼던 말을
가까운 사이니까 먼저 건네보자.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