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보자”는 말이 쌓이고 있다
전화가 끝날 무렵이면
우리는 익숙한 인사를 한다.
“그래. 언제 한번 보자.”
거짓말은 아니다.
정말 보고 싶고,
밥 한 끼 함께 먹고 싶다.
그런데 달력을 펼치지는 않는다.
이번 주는 바쁘고,
다음 주는 상대가 바쁠 것 같아서.
그렇게 ‘언제’라는 날짜가
달력 밖에 하나씩 쌓인다.
어릴 때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무슨 말을 할지 준비하지 않았다.
대문 앞에 서서 이름을 부르면 됐다.
만날 이유는 만나서 만들면 됐다.

나이가 들면서
안부에도 자꾸 자격을 따진다.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얼굴이 덜 피곤해 보이면.
좋은 소식 하나쯤 생기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오래 그리워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이 궁금할까.
얼마나 벌었는지보다
목소리가 여전한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까.
남의 잘된 이야기를 들으러 만나는 자리와
그 사람 자체가 보고 싶어 만나는 자리는
마음의 모양이 다르다.
후자의 자리에서는
굳이 잘 지내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좀 그렇다.”
그 한마디 뒤에 잠시 말이 없어도
물컵을 건네줄 사람이 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근사한 식당의 음식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웃어주는 얼굴.
어려웠던 시절의 나를 기억하면서도
지금의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그런 얼굴 앞에서는
팽팽하게 매고 있던 마음의 끈이
조금 느슨해진다.
오늘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큰 약속 대신 작은 질문을 보내보자.
“다음 주 수요일, 차 한 잔 할래?”
상대가 바쁘면 다른 날을 잡으면 된다.
당장 만나기 어렵다면
목소리만 잠깐 들어도 좋다.
관계가 다시 움직이는 데 필요한 것은
완벽한 근황이 아니라
서로의 하루에 내어주는 작은 자리일지 모른다.
‘언제 한번’이
이번에는 진짜 날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날은 서로에게
별일 없는 날의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단희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