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길을 잃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동네에 있는 산에 갔다.
우리는 산딸기도 따먹고
아카시아도 먹으며 즐겁게
산으로 올라갔다.
산 정상 올라서
우리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보았다.
"와~
저기 우리 동네가 콩알만 하게 보이네."
"이제 우리 이제 내려갈까?"
"그냥 내려가면 재미없으니까,
누가 빨리 내려가나 내기하자"
"좋아. 하나, 둘, 셋에 뛰는 거야"
"그래. 좋아~"
"하나~~, 둘~~, 셋!"
나는 1등을 하고 싶어서
산 길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갔다.
뒤에서 친구 두 명이 쫓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나는 더 빨리 뛰어 내려갔다.
얼마나 뛰어갔을까,
이제 더 이상
친구들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 줄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러 번 왔던 산이어서 길을 알고 있는데,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약간 낯설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따라서 끝까지 내려갔다.
거의 다 내려와서야 나는 알았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급하게 내려오면서
중간의 몇 번의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이었다.
내려와 보니,
생전 처음 보는 동네였다.
"어! 어떡하지?"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경찰서로 가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할까 생각도 했지만,
경찰서를 가면 혼날 것 같았다.
그때는 어린 나이에
경찰서 아저씨가 그냥 무서웠다.
산 쪽 정상을 보며,
내가 사는 동네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찾아서 걸어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헤매고 걸어 다녔다.
"이러다가 고아되는 거 아냐?"
어린 나는 순진하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두려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5월 중순의 뙤약볕에 긴장하며
한참을 걸었더니 땀이 비 오듯 했다.
배도 고팠고 목도 말랐고 다리도 아팠다.
나는 더 이상 걸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무 아래 그늘에 털버덕 주저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집을 어떻게 찾아가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골똘하게 생각했다.
"아하!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내가 아는 길로 내려오면 되겠다.
왜 진즉에 이 생각을 못 했지."
어린 나이었지만, 방법을 찾아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남은 힘을 끌어모아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길이 없는 산길을 헤치고 가는 바람에
팔과 얼굴 여기저기 나뭇가지와
풀에 베어서 상처가 생겼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서
겨우 정상에 갈 수 있었다.
지평선 끝으로 해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기억을 더듬어서 산 아래로 내려왔다.
결국 익숙한 산 아래 동네에 도착했다.
"휴~ 정말 다행이다. 제대로 내려왔어"
그런데 벌써 해는 지고,
거리는 어두워져 있었다.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날게 분명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저녁 7시가 넘어 있었다.
"야~ 이놈아,
지금 몇 시인데 이제 들어와"
"친구들하고 노느라고요"
"엄마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죄송해요"
엄마는 나에게
크게 화를 내시며 꾸지람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기뻤다.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고,
집을 찾아온 어린 내가 대견했다.
거의 45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그 하루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두려움에 떨던 나
길을 찾아 헤매던 나.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던 나.
스스로 길을 찾아서 대견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