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이다.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

약 10분 정도 분량으로

은퇴준비에 대해서 강연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 프로그램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기 프로여서

매우 신경이 쓰였다.

일단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옷이 먼저 고민이었다.

아침마당 작가와 통화 후,

집에 와서 옷장을 열었다.

옷장에 있는 양복들을 하나씩 입어보았다.

나는 평소에 양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그래서 옷장 안에는 대부분

10년이 훨씬 넘은 양복들만 있었다.

어떤 것을 색이 발했고, 어떤 것은 작고,

어떤 것은 너무 구식이었다.

다음날 백화점으로 갔다.

이것저것 입어 보았으나,

내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특이한 체형 때문이다.

하체는 엉덩이는 크고,

허벅지는 굵고, 다리는 짧았다.

상체는 어깨는 넓고 두껍다.

배는 좀 나왔고, 팔은 짧은 편이다.

이런 특이한 체형이다 보니,

기성복 양복이 잘 맞지 않았다.

기성복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의 체형이 문제였다.

출연이 2주 뒤라서 시간이 별로 없었다.

고민 끝에 인터넷에서

맞춤양복점을 검색해 보았다.

세 곳을 찾아서 한 군데씩 전화를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강남 청담동에 있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맞춤양복점이죠?"

"네 맞습니다."

"내일이 토요일인데 영업하시나요?"

"네 6시 전까지만 오시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다.

그분의 실력이야 모르지만,

목소리에서 편안함과 매력이 느껴져서

청담동 양복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약속인데,

배가 나올까 봐 배고픔을 참고

점심을 먹지 않고서 갔다.

양복점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친절하게 나와서 반겨주었다.

사장님은 요즘 유행하는

양복 스타일과 양복의 소재를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양복에 어울리는

다양한 와이셔츠에 대해서도

정성껏 설명해 주었다.

그의 깊고 넒은 전문지식에 감탄했다.

그가 참 멋져 보였다.

몸 치수를 재기 위해서

홀 중앙에 있는 큰 거울 앞에 섰다.

내가 서있는 위쪽에서는

멋진 조명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마치 무대에 선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아마도 양복점 사장님께서 손님을 위해

특별하게 연출한 것 같았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사장님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정성스럽게 꼼꼼하게 내 몸 곳곳을

줄자로 재고 노트에 적어갔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는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과정에서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잘 안내해 주었다.

사장님의 말투, 제스처, 외모 등

모든 것에서 장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분야의 장인"을

오감으로 느낀 날이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는요~ 사장님께서 수고하셨지요"

"양복은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오셔서

입어보시고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정밀하게 맞출 거예요"

"네. 멋지게 만들어 주세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양복을 맞추고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나도 양복점 사장님처럼

한분야의 멋진 장인이 되고 싶다."

지금도 양복점 사장님이 생각하면,

나의 부족함을 실감한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멋지고

감동을 주는 장인으로 느껴지고 싶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딱 1도만 더 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