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 조부모 시절에는

모든 게 천천히 변했었다.

그래서 한번 배운 기술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수명이 매우 짧아졌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익힌

기술과 노하우가 몇년 뒤에는

쓸모 없어질 수도 있다.

5년 전에

온라인 마케팅 관련 강의를 했었다.

그 당시에 10주 과정으로

온라인 마케팅 강의를 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청년이 있다.

그 청년은 수업 때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었다.

10주 차 수업이 모두 끝나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저녁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흔쾌히 수락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젊어 보이는데, 학생인가요?"

"네 학생이에요"

"대학생이요?"

"아뇨~

대학은 2년 전에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원 다니고 있어요"

"대학 때 전공이 뭐였어요?"

"마케팅 전공했어요.

대학원에서도 마케팅 전공하고 있구요"

"그래요?

그럼 저보다 전문가이신데,

왜 제 강의를 들으시는 거죠?"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려니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제가 배운 것 쓸게 별로 없더라구요"

"아~ 그렇군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학교 때 배운 것들이 몇 년 사이에

쓸모 없어졌다고 한다.

4년 넘게 모든 걸 바친

그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가만히 살펴보면,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데이터 저장 장치로

'플로피디스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없어지면서

CD로 바뀌고, 또 CD가 없어지고

USB로 바뀌었다.

이제는 USB도 없어져가고

그 자리를 클라우드 저장 장치가

대체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불과 얼마 전에는

우리 삶에서 함께 했던 물건들이었는데,

이제는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다.

나는 여름이면,

하루에 생수 한두 병은 사 먹는 편이다.

더운 여름 한낮에 외출할 때,

시원한 생수 없이 보내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생수 한 병 사서 들고 다니는 풍경은

익숙함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불과 27년 전에는

불가능한 것, 당연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실제로 1995년 이전에 생수는

판매금지 품목이었다고 한다.

아니 판매가 허락된다고 해도,

그 당시에 누가 물을 사서 먹는다고

생각했겠는가.

그런데 이제는 가장 많이

흔하게 팔리는 품목이 생수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 흔한 물을 사서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맞는 것이, 몇 년 뒤에는

틀린 것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은 틀린 것이,

몇 년 뒤에는 맞는 것이 되어 있을 수 있다.

이제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의 경계를

확정 지어 말하기 힘든 시대이다.

전화기를 생각해 보자.

초기에 핸드폰은

전화 통화 기능에 충실했다.

그것만으로도 혁명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은

수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

은행 업무, 비즈니스, SNS 소통,

고성능 카메라와 캠코더, TV,

신용카드로도 사용하고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당연한 일이고,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의 생활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기득권은 없어져가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중노년들에게는

기회보단 위기로 느껴진다.

이제 우리 중노년도 세상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빠르게 퇴보하게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힘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다.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다.

제자리에 머물며,

"예전에는..", "왕년에는.."

이런 타령만 하고 있으면

꼰대라고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