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중순.

어머니와 친구 세분을 모시고,

2박 3일 일정으로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동해 바다 여행을 가는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약 78세였다.

아침 6시경.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출발했다.

평일이고 이른 아침이라

다행히 길은 막히지 않았다.

출발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나서

홍천 휴게소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따뜻한 가락국수를 시키셨고,

친구분들은 먹고 싶은 음식들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친구분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얘들아. 우리가 나이 들어서

함께 여행도 하고, 정말 꿈만 같다."

"그러게, 자네 아들 덕분에

이게 웬 호강이냐."

"우리 골치 아픈 일은 모두 다 잊고,

재밌게 놀다 가자"

식사를 마치고

낙산해수욕장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가는 동안에도 차 안에서

어머니와 친구분들은 그동안 밀렸던

얘기를 끊임없이 나누었다.

백미러로 본 어르신들의 모습은 마치

철없는 소녀들 같아 보였다.

10시경에 동해 바닷가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래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얘들아~~

너희들도 신발 벗고 모래를 밟아봐"

"그냥 신발 신고 걸어도 되는데.."

"우리가 언제 또 동해 바다

모래 사장을 걸어보겠니.

빨리 신발 벗고 와~"

친구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맨발로 모레 사장을 걸어갔다.

"야~~ 기분이 너무 좋다"

"발바닥이 모래 때문에 간질간질하네"

"그러게 발바닥 지압이 자동으로 되네.

너무 시원하다"

어머니는 파도가 치는 바닷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지를 무릎 위에까지 걷어올리고,

파도가 치는 바닷물로 다가갔다.

물이 빠질 때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가,

물이 들어오면 반대편으로

힘껏 뛰어 도망갔다.

그 모습을 보신 친구분들을

박장대소하며 크게 웃으셨다.

"하하하~~ 호호호~~"

"얘들아~ 너희들도 이쪽으로 와봐~~"

"물에 젖으면 어떡해"

"뭐 어때. 말리면 되지. 빨리 와봐"

친구분들은 모두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 올리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어머니와 친구분들은

모두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파도와 함께

바닷가로 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했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꺄르르 ~~"

파도 놀이를 하며 한참을 즐기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귀여운 어린 소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와 친구분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한참을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왔다.

한참 즐기시느라 지치셨는지,

모래 사장에 털썩 앉아 계셨다.

"나는 동해바다를 40년 만에 와봐"

"정말 40년 만에 오는 거라고?"

"응. 37살 때. 애들 아빠하고

관광버스 타고 와서 한 시간 정도

잠깐 있다가 간 기억이 어렴풋이 나"

"그랬구나"

"사는 게 뭔지.

이렇게 좋은 바닷가를 이제야 와보네

너무 좋다.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어"

2021년 6월.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왜 울고 계세요?"

"응. 내 친구 순자 딸이 전화 왔는데,

어머니가 어제 돌아가셨다고.."

"3년 전에 속초 여행

함께 가셨던 친구분이요?"

"그래. 맞아"

"그때 함께 여행 갔을 때만 해도

건강하셨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박 3일로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 지하철역 앞에서

내려 드렸다.

트렁크에서 그분의 짐을 꺼내서

어깨에 메어 드렸다.

그때 내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셨다.

"정말 고마우이.

죽기 전에 동해바다 못 보고

죽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원 없이 봤어.

정말 정말 고마워~"

아직도 그때,

그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아래는 어머니 친구분들을 모시고

함께 여행을 떠난 영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