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혜자는 올 초에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어"

"이분은 작년에

여행도 다니시고 건강하셨잖아요?"

"그러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갈 줄이야"

"..... 더 빼실 분은 없어요.

이대로 정리하면 돼죠?"

"아~~ 잠깐, 여기 정순이도 빼야 해.

세 달 전에 중환자실에서 갔어"

"이분 원당에 사시는 친구분 아니예요?

"그래. 맞아"

"저랑 작년 봄에

김치랑 된장 드리러 함께 갔었잖아요.

그때만 해도 건강해 보이셨는데..."

"그래 맞아.

이렇게 금방 갈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만날걸..."

어머니는 사교성이 매우 좋다.

10년 전부터 친목회 총무 역할을 하면서,

총 88명의 회원 장부를 관리하셨다.

나는 매년 컴퓨터에서

회원들의 이름, 전화, 주소를

예쁘게 만들어서 프린트해서 드린다.

매년 어머니와 마주 앉아서

친목회원 리스트를 수정한다.

왜냐하면,

매년 돌아가시는 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설에도 어머니와 마주 앉아서

회원 리스트를 정리했다.

매년 회원 리스트를 정리할 때마다

줄어들었다.

80명, 75명, 69명, 55명...

그리고 올해 남은 회원은 23명이다.

10년 사이에 65명의 친구분들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내년 설에는 현재 남은 23명 회원이

그대로 있기를 소원한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 선배가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59살로 평생 개인 사업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하면서

손마디가 휘어지도록 열심히 일했었다.

2년 전부터는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하던 일을 큰 아들에게 맡기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라틴댄스도 배우고,

골프도 배우고, 자전거 하이킹도 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1년도 채 누리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주변에서 탄생의 소식보다는

죽음의 소식을 더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누리고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다.

1년을 살았던, 10년을 살았던,

100년을 살았던 모두에게

지나간 날일 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건,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다.

내일의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병으로, 사고로 내일 뜨는 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지금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가.

어쩌면 우리에게 죽음이 있기에

오늘 하루의 삶이 더욱더 소중하리라.

일 년을 살았던, 백 년을 살았던

과거는 다시 소환할 수 없다.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 현재의 삶 뿐이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내가 누릴 수 있는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 만이

진정한 나의 선물이다.

마음껏 누리고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베풀며 오늘 하루를 살자.

오늘 하루 열정적으로 사랑하리라.

삶을 즐겁게 마음껏 노래 부르리라.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다면,

내일을 맞이하지 못할지라도 후회는 없다.

내 책상 앞에 조금 전에

프린트한 종이가 놓여있다.

내가 좋아하는 '토머스 칼라일'의

'오늘을 사랑하라'라는 시이다.

지금 난, 이 순간을 사랑한다.

'오늘을 사랑하리'를 가슴으로 낭독해 본다.

< 오늘을 사랑하라 >

어제는 이미 과거 속에 묻혀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네.

우리가 살고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 뿐.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에 정성을 쏟아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라.

오늘은 영원 속의 오늘,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의 미련을 버려라.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우리의 삶은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이 30번 모여 한 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여 일 년이 되고,

오늘이 3만 번 모여 일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