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내일 모레가 '입춘(立春)'이다.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봄이라는 계절을 생각할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꽃'이다.

혹독한 겨울,

나무들은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꽃과 나뭇잎을

모두 떨구고 긴 겨울을 견뎌냈다.

이제 대지는 입춘의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서

나무에게 그 기운을 전해주고

꽃을 피워낼 것이다.

봄에 가장 빨리 피는 꽃은 무얼까?

내가 사는 아파트 뒤쪽에는

다양한 꽃나무들이 즐비하다.

꽃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목련이다.

그래서 나에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은 목련이다.

목련은 한자로 '木蓮'이라 하며

'연꽃처럼 생긴 예쁜 꽃이 나무에서 핀다'

라는 뜻이다.

어쩜 이토록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을까?

수십 년을 보아왔던 목련 꽃이지만,

생각해 보면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작년 봄,

나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활짝 피어난 아름다운 꽃을

사진에 담아두고 싶었다.

아파트 뒤쪽에 있는

3층 높이의 목련 나무 주위에서

몸을 꼬아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꽃을 연신 찍었다.

피어날 준비를 하는 봉오리인 목련,

수줍게 피어나고 있는 목련,

자신을 뽐내며 활짝 핀 목련.

꽃에만 집중하며 사진을 찍다가

매우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목련 나무에는

잎이 아직 피지 않고 있었다.

잎이 피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고 있었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는 사실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왜, 잎이 아닌 꽃을 먼저 피울까?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니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알아보니 목련뿐만 아니라

봄에 피는 꽃나무들이 대부분 그랬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매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나무들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신은 인간에게 봄의 생명력을

꽃으로서 빨리 알려주고 싶은가 보다"

신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행복한 기운을 전해주는 꽃,

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연은 매년 봄, 잊지 않고

나에게 황홀한 경험을 전해준다.

이제 머지않아 일 년을 기다렸던,

목련 꽃을 볼 수 있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나는 매일 내가 사는 아파트 뒤쪽에

목련나무를 찾아간다.

화려하게 피워가는 경이로운 과정과

순간을 찬찬히 관찰한다.

올해도 변치 않고 나에게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줄 목련 꽃을

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내일부터는 아파트 뒤쪽에 있는

목련나무를 매일 찾아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