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는 마음'

이 문장은 '죄책감'의 사전적 의미이다.

나는 수많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1970년대,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갑을 주웠다.

지갑을 펼쳐보니

천 원짜리 5장이 들어 있었다.

그 당시 오천 원은

어린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지갑 안에는 신분증도 있었다.

순간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 안에 있는 천사와 악마가

번갈아 가면서 나를 설득했다.

"경찰서에 갖다 줘야 해.

그래야 착한 사람이야"

"괜찮아. 아무도 몰라.

그냥 맛있는 거 사 먹어."

지갑을 들고 가슴을 졸이며 벌벌 떨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사실 고민을 할게 뭐가 있겠는가.

그냥 경찰서에 가져다주면 될 것을.

내가 벌벌 떨었던 이유는

악마의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천사가 아닌 악마의 설득에 넘어갔다.

"천 원만 사 먹고,

나머지는 경찰서에 가져다줘야지."

그 당시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과자라고 해봐야 1년에

한두 번 밖에 먹지 못했다.

나는 천 원으로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맛있는 과자를 사 먹었다.

정말 미치도록 맛있었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과자의 맛에 중독이 되었다.

그렇게 맛의 쾌락에 중독되어

이성을 잃어갔다.

나머지 4천 원은 경찰서에

가져다줘야 한다는 나와의 약속도 버렸다.

한 달여에 걸쳐 온갖 과자를 사 먹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맛있는 과자를 먹고 싶은 욕망과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한 죄책감 사이에서.

이 사건은 오래도록

내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45년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돌이켜보면,

난 수많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죄책감.

며칠 전 어머니께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죄책감.

구걸하는 사람을

못 본 채 지나간 죄책감.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을 돕지 않은 죄책감.

친구가 나보다 잘 되는 게 싫어서

시험에 떨어지길 바랐던 죄책감.

....

평생을 살면서 죄책감을 다 모은다면,

백과사전 몇 권의 분량은 될 것이다.

내가 죄책감을 가졌다는 것은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이든, 행동이든

상대에게 잘못을 했다는 증거이다.

이로 인해 나는 괴로워했다.

죄책감을 멈추는 브레이크 있다면

힘차게 밟고 싶다.

그런데 죄책감은 멈추지 않고,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나의 죄책감을 계속 쌓여가고 있다.

주자가 쓴 '소학'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후회할 줄 모르는 자는 하등의 사람이요,

후회하면서도 고칠 줄 모르는 자도

하등의 사람이다.'

바람이 있다면, 잘못을 저지르면

'후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후회했으면

'고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