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5시 30분.
반려견 코코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보통 때는 30분 정도 산책을 하였는데,
그날은 옷도 얇게 입고 나갔고
날이 너무 추워서 5분도 안 되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집 안은 바깥의 날씨를
잊을 정도로 따뜻했다.
이렇게 추운 날에 얇은 옷 하나 입고
지낼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중학교 다닐 때,
낡고 오래된 단독주택에 살았었다.
50년이 훨씬 넘은 집이어서
단열이 거의 안되었다.
여름에는 찜질방 같았고,
겨울은 냉장고 안 같았다.
겨울에는 낡은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했다.
그러나 방바닥만 따뜻하고 웃풍이 심해서
겨우내 방에는 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책상 위에 놓은
공기 그릇에 담긴 물이 꽁꽁 얼어있었다.
겨울이 시작되면
집 밖 화장실에 딸려 있는
작은 창고에는 연탄을 쌓아두어야 했다.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했다.
당시에 배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집 앞까지만 배달을 받고, 옮기는 것은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일했다.
그날은 아버지와 형과 함께
온몸이 까맣게 되도록 연탄을 들어
화장실 안 창고로 옮겼다.
힘들었지만, 추운 겨울을 이 연탄들이
방을 따뜻하게 해줄 고마운 존재라는 걸
알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옮겼다.
그 추운 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연탄이 창고에 가득 채워진 걸 보시는
엄마와 아빠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그 편안한 미소였다.
당시에 우리 집은 방이 2개 있었다.
하나는 엄마 아빠 방이고,
또 하나는 형과 내가 쓰는 방이었다.
연탄아궁이는 방에 하나씩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부모님 방 연탄아궁이에는 다 탄 연탄이
내가 쓰는 방보다 두 배는 적었다.
"똑같은 연탄아궁이인데,
왜 부모님 방은 훨씬 더 적지?"
나는 그 비밀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그 비밀은 연탄아궁이에 달린
'공기조절기'였다.
연탄불은 어머니께서
항상 갈았고 관리하셨다.
연탄아궁이에는 외부의 공기량을
조절하는 '공기조절기'가 달려있었다.
조절기를 돌려서 구멍을 많이 열수록
연탄은 더 빨리 타고 방은 더 따뜻해졌다.
겨우내, 어머니는 형과 내가 자는 방은
연탄구멍을 활짝 열어두셨다.
그런데 부모님 방의 공기조절기는
항상 아주 조금만 열려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내 방에는 연탄이 두 장 쓸 때,
부모님 방은 한 장도 타지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
연탄 한 장도 아껴야 하던 시절
부모님은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었고,
그렇게 아낀 연탄으로 내 방을
따뜻하게 해주셨다.
연탄 조절기의 크기는
연탄이 타는 속도이고,
방이 더 따뜻해졌다.
연탄 조절기 구멍의 크기는
엄마의 헌신이고 사랑이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각 방별로
온도조절 장치가 달려있다.
겨울이면 어머니 방의 온도를
항상 따뜻하게 맞춰 놓는다.
"얘야~ 난방비 많이 나온다.
온도를 낮춰라"
"걱정 말아요.
낮춰 놓은 거예요"
"그런데 내 방이 엄청 따듯한데"
"그건 아파트가 잘 지어서
단열이 잘 되어서 그래요"
어머니는 방안에 있는 전자조절장치가
복잡해서 다룰 줄 모르신다.
어머니께 거짓말로 안심시키고,
어머니 방을 겨우내 따뜻하게
온도를 올려놓는다.
여든이 넘은 노모가
따뜻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내가 어렸을 적에 한 겨울을
맘 놓고 따뜻하게 보내보지 못한
엄마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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