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 단어를 생각해 본다.

행복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단어는 하나지만,

이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도,

모두 다를 것이다.

'행복'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사무실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

숨어 있던 행복들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주무시러 안방으로 들어가면,

반려견 코코를 안고 스킨십을 한다.

코코는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린다.

하루의 부족한 애정을 스킨십으로

보충하려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코코를 안고 얼굴을 비비고,

서로의 시선을 맞춘다.

나도 코코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코코도 나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가 안다.

서로의 따뜻한 시선 사이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코코가 없었다면

이런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거다.

코코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하루의 화장실로 간다.

샤워기의 물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온도에 맞춘다.

따뜻한 샤워 물줄기 속으로

내 몸을 맡긴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와 걱정들이

씻겨나가는 듯하다.

행복하다.

이 행복도 따뜻한 샤워 물줄기와

나 사이에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샤워 물줄기가 없었다면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샤워를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온다.

내 방 창문으로 검푸른 하늘에 뜬

하얀 달이 보인다.

창가에 턱을 괴고,

멍하니 달을 바라본다.

어렸을 적,

달에 토끼 두 마리가

살고 있다고 믿었었다.

그대를 생각하며 달에서

토끼를 찾아본다.

참 행복하다.

달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한참 동안 달을 바라보다 침대로 와서

머리맡에 놓아둔 시집을 펼친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시 몇 편을 읽는다.

잠자기 전,

조용한 밤에 읽은 시는

눈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시를 마음으로 읽을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시와 나 사이의 행복이 있다.

시가 없었다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시를 몇 편 읽다가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두껍고 무게가 있는 이불이 좋다.

이불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 느낌이 좋다.

나와 이불 그 사이에 행복이 있었다.

이불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퇴근 후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약 한 시간 동안,

나는 다양한 행복을 만난다.

그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행복은 '사이'에 있었다.

'나와 엄마' 사이에

'나와 반려견' 사이에

'나와 따뜻한 물' 사이에

'나와 달' 사이에

'나와 시' 사이에

'나와 이불' 사이에

그렇다.

행복은 나와 마주하는 것,

그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수많은 '사이'를 만난다.

사이에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반드시 대상이 있다.

나는 그 대상을 신중하게 고른다.

어떤 대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행불행(幸不幸)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사이'를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