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나이가 드는 건, 좋은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나이가 드는 건, 좋은 것이었다.
군에 있었을 때는
"빨리 전역했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신입사원이었을 때는
"빨리 부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50대에 들어서면서
나이가 드는 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한 달 전, 내 방에 있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밤새 부족한 잠 때문에 몽롱했다.
점심시간 직원들이 식사하러 나간 사이에
책상에 엎드려서 낮잠을 잤다.
한 삼사십분쯤 잤을까,
밖에서 직원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섰다.
문쪽으로 걸어가면서
문 옆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나를 봤다.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화장실 가고 싶은 걸
한 시간이 넘도록 참아야 했다.
그 이유는 팔을 베고 잠이 들었는데
얼굴에 옷의 박음질한 부분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방 없어지겠지 하고 기다렸다.
10분이 지나도 그대로다.
30분이 지났다.
조금 자국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국이 보인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서야
자국이 옅어져서 얼굴을 살짝 가리고
겨우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도 늙었구나."
2주 전에는 반려견 코코의 발톱을
깎아주다가 코코 발톱에 팔을 긁혔다.
긁힌 곳에는 피딱지가 생겼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상처는
아직도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처가 나면 예전에는 금방 나았는데,
상처가 낫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가 예전보다 많이 남는다.
"이제 나도 늙어 가는구나"
30~40대 때만 해도
길에서 할아버지를 보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제 나도
노화가 진행되는 걸 실감한다.
내 방에 있는 거울을 가져다가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봤다.
주름살도 많아지고,
기미도 많이 생기고,
피부에도 탄력도 많이 떨어졌다.
머리도 염색을 하지 않으면 반 백발이다.
시력도 좋았었는데, 예전만 못하다.
몸 여기저기도 조금씩
삐꺼덕 거리는 게 느껴진다.
나이 듦, 노화, 할아버지, 노인..
이런 단어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점점 내 삶에 깊숙이 다가오고 있다.
내 나이 55살이다.
10년 뒤면 65살이다.
UN이 정한 정식 '노인'이 된다.
10년이면 날짜로 계산하면 3,650일이다.
그렇다. 3,650번 자고 나면
나는 노인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고 간절하다.
오늘 현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Present"이다.
이 단어에 또 다른 뜻이 있다.
바로 "선물"이다.
요즘 나는 Present의 단어가
'현재'라는 뜻보다는
'선물'이라는 의미가 더 와닿는다.
"그래. 오늘 하루는
하늘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참 좋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감사할 줄 몰랐던,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가 생각난다.
다음에 또 언제 먹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아껴가면서 핥아서 먹었었다.
이제 내 하루하루의 삶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조금씩 아껴가면서 음미해 가면서 살아가야지.
오늘 하루는 나에게 온 소중한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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