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오랜만에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했다

반찬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조림이 있었다.

지금은 흔히 먹을 수 있는 반찬이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매우 고급 반찬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때는

1970년대였다.

우리 집 반찬 종류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항상 같았다.

김치, 콩장, 콩나물무침, 무말랭이 무침.

아버지의 박봉 월급으로

이것 이상의 반찬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학교 숙제를 하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칸방에 딸린 작은 부엌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 들어왔다.

나는 방문을 열고

부엌에 계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지금 뭐 만들고 있어요?"

"응~ 우리 아들 주려고 반찬 만들고 있지"

"무슨 반찬인데요?"

"응. 장조림"

"장조림이요? 그게 뭐예요?"

그때 나는 장조림이

무슨 반찬인지 몰랐었다.

당연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으니까.

그날 저녁, 생전 처음 맛보는 반찬이

밥상 한가운데 놓였다.

장조림은 아주 작은

종지 그릇에 담겨 있었다.

그 종지에는 까만 간장이 있었고,

그 속에는 성냥개비 정도 두께의

무언가가 있었다.

"얘야. 밥 한 숟가락 떠봐"

"왜요?"

"일단, 듬뿍 한 숟가락 떠봐"

엄마는 장조림을 하나 집어서

내 밥숟가락에 올려 주셨다.

"먹어봐"

"이게 뭐야?"

"고기야.

간장에 조린 건데, 장조림이라고 해"

"장조림이요?"

"그래. 어여 먹어봐~"

"우와~~ 정말 맛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조림이란 걸 먹어보았다.

그 맛은 태어나서 먹어본 반찬 중에서

최고의 맛이었다.

45년 정도가 지난 지금도

그때의 맛과 향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그 당시에 매일 반찬 투정을 하며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정말 큰마음 먹고 장조림을

만들어 주셨던 거다.

생활이 매우 빠듯했을 텐데,

그때 그 장조림을 어떻게 만드셨을까.

아마, 다른 생활비를 줄이고 줄여서

만드셨을 게 분명하다.

정신없이 먹다가, 가만히 보니

엄마는 장조림을 드시지 않고 계셨다.

"엄마는 왜 안 먹어?"

"응.

엄마는 아까 음식 하면서 많이 먹었어.

어서 많이 먹어~"

어머니는 그때 장조림을

얼마나 드시고 싶었을까?

많이 만들지 못한 장조림을

나에게 양보하셨다.

그 이후로도 어머니가

장조림 드시는 것을 보지 못했다.

4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엄마와 밥상을 같이 하고 있다.

그때와 같이 장조림이

밥상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나는 장조림 큰 것을 하나 골라서

엄마 밥숟가락 위에 올려놓았다.

"너나 어서 먹어라"

"옛날에 어머니가

내 숟가락 위에 이렇게 올려주셨어요"

"내가 그랬었나?"

"어머니! 그때 많이 드시고 싶으셨죠?"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날 나는 어머니의 밥숟가락에

큼지막한 장조림을 계속해서 올려드렸다.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어머니!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