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책상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수첩을 발견했다.

15년 전에 내가 쓰던 수첩이었다.

침대에 걸터 앉아서 수첩을 펼쳐보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당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려서 보기가 힘들었다.

2007년 당시에 나는

1평짜리 허름한 고시원에 살았었다.

내가 가진 짐이라고는

옷 서너 벌과 수첩이 전부였다.

여기저기 숙소를 옮길 때에도

다른 건 버렸어도 이 수첩만은 꼭 챙겼다.

매일 어딜 가든지

수첩만은 꼭 내 품에 안고 다녔다.

그당시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대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수첩이 나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과 의지가 되어주었다.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15년 전 나를 만나기 위해서

천천히 보았다.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참 힘들었구나.

그렇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계획을 세웠구나.

성공을 위한 시도를 참 많이도 했었구나.

오래되어 잊고 지냈던 힘들었었던,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삶을 포기할까를

수없이 생각했었다.

그때마다 이 수첩을 펼치고

마음을 다잡고 희망을 써 내려갔다.

이 수첩은 항상 내 옆에서

몸과 마음에 지친 나를 위로하고

지켜주었다.

그때 적었던 메모들을

몇 개 소개해 보겠다.

2007년 4월 28일.

이때를 생생하게 기억하다.

고시원에서 수면제를

며칠에 걸쳐 많은 양을 사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할 때였다.

그때 수첩을 펼쳐놓고,

이 글을 적었다.

그리고 내가 쓴 이 글에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2007년 5월 4일.

'차 예약해 놓을 것!(렌트카)'

당시에 어머니는 내가 사업에 실패하고

고시원에 사는 것을 전혀 모르고 계셨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야 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3개월에 한번 렌터카를 반나절만 빌려서,

어머니를 모시고 횟집에 갔었다.

"너 요즘 하는 일은 잘되고 있니?"

"그럼요.

요즘 사업이 잘 돼서 돈 많이 벌고 있어요"

"근데, 너 얼굴이 혈색이 안 좋아 보여"

"일이 많아서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그래요"

그 당시 항상 그랜저를 빌렸었다.

왜냐하면, 차가 자꾸 바뀌면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드리고, 렌터카 반납했다.

차비를 아끼려고

두정거장을 터벅터벅 걸어서

허름한 고시원으로 돌아갈 때,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2007년 5월 22일.

왼쪽에는

'실패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10가지 장애물'이 쓰여있다.

당시에 내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패가 두려웠다.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써놓고 매일 보았다.

오른쪽에는

'성공의 7가지 열쇠'라는

메모가 쓰여있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잡지책에서 본 내용을 옮겨 적어놓고,

매일 보았었다.

매일 실패의 두려움 떨치고 싶었고,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꿈을 적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믿고,

수첩에 내가 소망하는 것들을 하나씩 썼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수첩에 적었던 내가

소망했던 것들이 대부분 이루어졌다.

꿈이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눈물이 난다.

2024년 올해, 예쁜 수첩을 사야겠다.

내가 소망하고 ,희망하는 것을 적어가야지.

세월이 흘러 10년쯤 지난 뒤에

수첩을 다시 펼쳐봐야지.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