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벚꽃 나무가 참 부럽다."
"왜 부러워요?"
"매년 봄이면 저렇게
예쁜 꽃을 화려하게 피우잖아"
"그게 그렇게 부러워요?"
"응. 나는 매년 이렇게
초라하게 늙어가는데..."
작년 4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길을 산책하면서,
활짝 핀 벚꽃 나무를 보며
어머니와 나눈 대화이다.
유난히도 하얗게 하늘을
수놓은 벚꽃은 내 마음도 설레게 했다.
어찌 저리 아름다울까?
한 뭉치의 바람이 휙 하고 지나갈 때,
눈꽃 송이 같은 하얀 벚꽃 잎들이
공중에서 휘날리는 풍경은
마치 무릉도원에 와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진입로 양쪽에 피는 벚꽃을
매년 보아오셨다.
벚꽃 나무는 한해 한해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꽃들을 더 화려하게 피워낸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나이가 들수록 외모는
점점 더 늙고 초라해져 간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척이나 서글펐나 보다.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올해 104세가 되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자신의 인생의 봄날은
65세부터 였다고 했다.
백 살이 넘으셨지만,
더 성숙하고 더 완숙하고
더 고귀한 삶을 살고 계신다.
나는 잠시 후 우울해하시는 어머니와
오래된 고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저기 저 나무는 어때요?"
"와~ 정말 멋지다. 웅장하다."
"정말 멋지죠?
저는 저 고목나무를 볼 때마다
장엄한 기운이 전해져서 참 좋아요"
"그렇구나, 가서 한번 만져볼까?"
고목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손으로 만져보았다.
"엄마, 가까이서 보니까 더 멋지죠?"
"그렇구나"
"엄마가 나이 드는 모습도 나에게는
이 나무처럼 장엄하고 멋져 보여요"
"정말?"
"네. 이 고목 보다 훨씬 더요"
어머니의 얼굴이 한결 밝아지셨다.
어머니가 저 멋진 고목나무를 보면서
나이 듦을 기분 좋게 편안하게
받아들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 오래된 저 고목나무가
더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고목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서
넉넉한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한여름에도 자신의 잎으로
뜨거운 햇볕을 막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시원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심신을
차분하게 달래준다.
팔십이 넘은 어머니는 나에게
고목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예전에 혼자 여행하다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적힌 시를
본 적이 있다.
김도영 시인의 시 '고목나무'이다.
그때 왠지 내 마음에 끌려 적어놓았던
시인데, 여기에 다시 적어본다.
오랜 세월 시련 속
고달픔의 흔적들이 배어있구나
그토록 갈망하던 봄비를 맞고
곁가지 여기저기
새로운 잎새 생기 돋아나
멀리도 가까이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 보이니
어머니 품속같이 포근하구나
아~ 고목나무여 영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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