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 이란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은색으로 물들고,

먹을 가까이 두는 사람은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즉, 주변의 환경에 따라

내가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글귀이다.

그 이유는 30대 후반에

뼈 속 깊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동업자가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과 8범 사기꾼이었다.

그는 '흑(墨)' 이었다.

그와 함께 일하면서,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나는 점점 '흑'이 되어갔다.

양심적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어느새 나는 그의 방법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흑(墨)'이 되어갔다.

그리고 모든 걸 잃었다.

공자는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중요함을 말했다.

즉, 착한 사람과 같이 살면

향기로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냄새를 알지 못하나

곧 더불어 그 향기가 동화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고깃집에 다녀오면, 고기 냄새가 배고

횟집에 다녀오면, 생선 냄새가 배고

향수가게에 다녀오면, 향수 냄새가 배는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은 나에게

시나브로 영향을 준다.

미국의 유명한 사업가이자

동기부여가 '짐 론'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 곧 나 자신이다"

그렇다.

5년, 10년 뒤의 내 모습을 알고 싶다면,

지금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5명을 보면 된다.

그 5명 사람들의 평균이

바로 당신의 미래가 된다.

법정 스님께서는

'마음의 바탕'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 마음의 바탕은

선도 악도 아니다.

선과 악은 인연에 따라 일어날 뿐,

선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선해지고

나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악해진다.

안갯속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옷이 젖듯이.

나의 미래는 내 스스로 내 의지로

만들어 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가족과 사회와

단체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내 삶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선한 사람과 만나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한 사람과 만나면 악한 사람이 된다.

행복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내가 만나는 그 사람에 의해

나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나의 삶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삶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부모와 형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내진 학원과 학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만난 직장 내 사람들.

그리고 내 의지는 있었지만,

내 자유 의식을 포기하고

관성대로 살았던 지난 세월들.

그러나 이제 이 굴레에서 벗어나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을.

함께 있으면 힘이 되는 사람을.

함께 있으면 선해지는 사람을.

함께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을.

참 다행이다.

나에게 이런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남아있다는 것이.

짐론의 말대로 5명을 신중하게 고르리라.

법정 스님과 공자의 말씀대로

인연을 잘 만들어 가리라.

'태자소부잠'의 책 내용대로

내가 가까이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고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