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뒷자리에서 잊고 있던 오래된 행복을 찾았다
오래전, 국민학교 6학년
동창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건너편에 앉은 남자 동창생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어~~ 네가 우리 반이었어?
미안한데 기억이 잘 안 나네."
난 그랬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
매우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친구도 많지 사귀지 않았다.
마음에 맞는 친구 2~3명 정도와
친하게 지내는 정도였다.
대학 1학년 때 문경이라는 절친이 있었다.
그 친구와 마음이 잘 맞아서 매일을 함께 지냈다.
1학년 여름 방학 때 그 친구는
해병대를 지원해 군대에 갔다.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외로웠다.
그 친구와 비슷하게 전역하기 위해
바로 자원입대를 했다.
입대까지 2개월 정도 남아 있었다.
며칠 동안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한심한 나날을 보냈다.
지루했다.
갑자기 바깥 구경이 하고 싶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토큰 2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 버스 뒷자리 우측 창가에서 본 풍경들
143번 버스를 탔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는 은평구 신사동이었다.
143번을 타면 상도동까지 가는 코스였다.
1시간이 넘는 꽤 긴 코스였다.
난 버스를 타고 제일 뒷자리 우측 창가에 앉았다.
뒷자리 창가 쪽은 사람들이
타고 내려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내성적인 내 성격에 딱 맞는 자리였다.
나의 시선은 창밖을 향했다.
가을비가 오고 있었다.
비 오는 그날,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파스텔톤같이 참 예뻤다.
비에 촉촉하게 젖어가는
창밖의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들,
우산을 쓰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가게 점포 안의 불빛들...
내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종점에서 내렸다.
비가 와서인지 어둠이
빨리 내려앉기 시작했다.
춥기도 하고 배도 고팠다.
버스 종점 코너에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떡볶이 1인분과 어묵 1인분을 시켰다.
우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어묵 국물을 호호 불며 마셨다.
추었던 몸이 따뜻한 국물이 들어오니
몸과 함께 마음도 풀렸다.
돌아올 땐 종점에서 다시 143버스를 탔다.
역시 제일 뒷자리 오른쪽 창가에 앉았다.
돌아오는 차창밖의 풍경은 달랐다.
밖은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수많은 불빛들이 마치 별빛같이 참 고왔다.
그날 이후로 군대 가지 전까지
거의 매일 143 버스를 타고
나만의 소박한 여행을 즐겼다.
::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거야
지금도 35년 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앉았던 제일 뒷자리 창가의 모습,
차를 타고 밖으로 보였던 풍경들
그 풍경을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버스 종점 노점상의 풍경과
떡볶이와 어묵의 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요즘 난 새로 오픈한
동영상 플랫폼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생각도 바쁘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거의 1년을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 난 몸과 마음에
충전과 힐링이 필요하다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새벽 첫 버스를 타려고 한다
35년 전 그때처럼
제일 뒤 창가 자리에 앉고싶다.
모든 생각과 잡념을 내려놓고
차창밖의 풍경을 구경을 해야지.
35년 전 그때처럼...
새벽 버스를 타고 창가로
세상을 보는 여행을 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 설렌다.
4년 전 첫 해외여행을 가기 전날
너무 설레어서 밤 잠을 설쳤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보다 더 설렌다.
35년 전 그때의 추억놀이를 할 생각에..
참 좋다~~
일요일에 몇 번 버스를 탈지 아직 정하진 않았다.
그냥 집 앞에 나와서
처음 오는 버스를 탈 예정이다.
어떤 버스가 먼저 올지,
또 그 버스가 날 어디로 데려다줄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
갑자기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이다"
난 잊고 있던 내 안의 행복을 하나 찾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잊고 있던
내 안의 행복을 하나 더 찾아야겠다.
어떤 행복을 찾게 될지 이 역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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