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반개와 밀가루 두 스푼 그리고 희망 한스푼
30대 후반 모든 것을 잃었다.
집도 없다. 아내는 내 곁을 떠났다.
사랑하는 아버지는 하늘로 가셨다.
영등포 시장 부근에
한 달에 13만 원 하는 쪽방에 살았다
빚에 쫓기며 숨어 지냈다. 돈이 없었다.
당시에 하루 끼니를 라면 한 봉지로 해결했다.
선반 위에 낡은 부르스타를 꺼냈다.
얼마 전 아파트 분리수거함에서 주운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올렸다.
물을 한가득 듬뿍 넣었다.
라면을 꺼내 절반으로 쪼갰다.
나머지 반개는 저녁에 먹어야 했다.
라면 반개로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부족했다.
라면이 끓기 시작하면,
밀가루를 2스푼 정도 넣었다.
밀가루를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진다.
이렇게 먹으면 라면 반개만 먹을 때 보다 제법 든든했다
반찬은 없다.
대신 라면 한 젓가락 먹고
굵은 소금 몇 개로 대신했다.
라면의 부드러운 식감과 소금의 바삭한 식감이 괜찮다.
라면 하나로 하루 식사를
해결했던 15년 전쯤..
그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고
삶을 마감하려는 그 나날들..
그런데 배는 고팠다.
당장 오늘 죽을 생각을 하는데 배는 고팠다.
그리고 먹으면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마음이 아닌 몸이 행복을 느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면서
하루가 좌절과 슬픔으로 꽉 찼을 때
아침과 저녁 두 번의 밀가루 라면을 먹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뭔가를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건,
그것은 아직 꺼지지 않은 생명의 힘이 있다는 것
그렇게 희미한 생명줄로 보낸 시절이다.
그리고 그때 아주 작은 희망도 있었다.
옆방에서 있던 50대 아저씨가 있었다.
사업의 실패로 쪽방에서 사는 상황이
나와 비슷해서 많이 의지했었다.
이분이 쪽방에서 1년여를 살다가
당산역 부근 고시원으로 옮겼다.
한 달 후쯤에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시원에 가자고 했다.
문을 열어보니, 한평 정도 되는
작은 고시원이었다.
밖으로 나있는 작은 창문도 있고
왼쪽에는 작은 침대도 보였다
침대 위로 조그마한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작은 TV도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쪽방에 비해 호텔같이 느껴졌다.
월세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28만 원이라고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쪽방보다 2배 정도 비쌌다.
"와~~ 이런 고시원에서 살고 싶다"
꿈이 생겼다. 희망이 생겼다.
목표가 생겼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던 그때..
"그래, 좀 만 더 견뎌내자. 다시 해보는 거야~"
그 작은 꿈, 희망, 목표가
나의 삶을 포기하지 않게 했다.
그 후로 3개월 뒤 고시원으로 이사를 했다.
3개월 만에 꿈, 목표, 희망을 이루었다.
이 꿈을 이루고 나니,
그다음 꿈을 꿀 수 있었다.
"이제 더 열심히 살아서
화장실이 있는 작은 원룸으로 이사하자"
그 작은 희망들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이끌어주었다.
지금 많이 힘드신가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으신가요?
한줄기 희망도 없나요?
그렇다면, 티끌만큼
아주 작은 꿈을 찾아보세요
그 작은 꿈을 이루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요
그땐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희망이요
그렇게 조금씩 한 걸음씩 만 걸어가 봐요.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을 믿으세요
나에게 작의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렇게 계속 걸어가다 보면,
머지않아서 나의 세상을 만나게 될 거예요
오늘 저녁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먹어야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의
레시피 궁금하시죠?
'라면 반개와 밀가루 두 스푼'입니다.
아~ 반찬이 필요하겠네요.
반찬은 굵은소금 한 스푼..
오늘은 15년 전 쪽방에서 먹었던
그 라면을 먹을 생각을 하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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